라이프니츠 연재를 쭉 따라오셨다면 한 가지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질 겁니다. 미분 기호를 만들고, 보편 특성론을 구상하고, 세상을 계산으로 표현하려 했던 라이프니츠가 이진법도 발명했다는 점입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전부 같은 생각에서 나온 겁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라이프니츠라는 사람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장 단순한 단위로 쪼개고, 그걸 조합해서 복잡한 걸 만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미분의 dx, 보편 특성론의 기호, 이진법의 0과 1이 전부 그 믿음의 산물입니다.

라이프니츠가 이진법을 만든 이유
라이프니츠가 이진법을 고안한 건 1679년입니다. 컴퓨터가 생기기 약 270년 전입니다. 그는 컴퓨터를 만들려고 이진법을 만든 게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장 단순한 기호로 표현하려는 보편 특성론의 연장선이었습니다.
라이프니츠는 0과 1이 철학적으로 의미 있다고 봤습니다. 1은 존재, 0은 무(無)를 상징한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존재는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이고, 그 조합으로 세상 전체를 표현할 수 있다는 발상이었습니다. 굉장히 추상적인 철학 아이디어였는데, 수백 년 뒤에 컴퓨터 공학의 핵심 원리가 됐습니다.
이진법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평소에 쓰는 숫자 체계는 십진법입니다. 0부터 9까지 10개의 숫자를 써서 모든 수를 표현합니다. 자릿수가 하나 올라갈 때마다 10배가 됩니다. 십의 자리, 백의 자리 이런 식으로요.
이진법은 0과 1 두 개만 씁니다. 자릿수가 하나 올라갈 때마다 2배가 됩니다. 1의 자리, 2의 자리, 4의 자리, 8의 자리 이런 식입니다. 처음엔 낯설지만 구조 자체는 십진법과 완전히 같습니다. 단지 기준이 10이 아니라 2일뿐입니다.

십진법을 이진법으로 변환하기
직접 변환해 보면 훨씬 이해가 빠릅니다. 십진법 숫자 13을 이진법으로 바꿔보겠습니다.
13을 2로 계속 나누면서 나머지를 기록합니다. 13 ÷ 2 = 6 나머지 1, 6 ÷ 2 = 3 나머지 0, 3 ÷ 2 = 1 나머지 1, 1 ÷ 2 = 0 나머지 1입니다. 나머지를 아래서부터 읽으면 1101이 됩니다. 즉 십진법 13 = 이진법 1101입니다.
거꾸로 확인해 보면 1101은 8×1 + 4×1 + 2×0 + 1×1 = 8 + 4 + 0 + 1 = 13입니다. 맞죠. 0과 1만으로 어떤 숫자든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실감 납니다.
| 십진법 | 이진법 | 자릿값 계산 |
|---|---|---|
| 1 | 1 | 1 |
| 5 | 101 | 4+0+1 |
| 10 | 1010 | 8+0+2+0 |
| 13 | 1101 | 8+4+0+1 |
| 255 | 11111111 | 128+64+32+16+8+4+2+1 |
왜 컴퓨터는 이진법을 쓰는가
컴퓨터가 이진법을 쓰는 이유는 물리적인 제약 때문입니다. 컴퓨터 내부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트랜지스터는 전기가 흐르거나 흐르지 않거나 두 가지 상태만 가집니다. 이 두 상태를 1과 0으로 대응시킨 게 이진법입니다.
10진법을 쓰려면 트랜지스터가 10가지 상태를 구분해야 하는데, 이건 물리적으로 불안정합니다. 전압이 조금만 달라져도 오류가 생깁니다. 반면 0과 1 두 가지만 구분하면 훨씬 안정적입니다. 단순한 구조가 오히려 강력하다는 라이프니츠의 생각이 여기서도 맞아떨어집니다.

이진법과 논리 연산
이진법이 강력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0과 1은 숫자이면서 동시에 논리값이기도 합니다. 1은 참(True), 0은 거짓(False)으로 대응됩니다. 이 덕분에 수학 계산과 논리 판단을 같은 구조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AND 연산은 두 값이 모두 1일 때만 1이 나옵니다. OR 연산은 둘 중 하나라도 1이면 1이 나옵니다. 이 단순한 연산들을 조합해서 덧셈, 뺄셈, 곱셈은 물론 복잡한 프로그램 로직까지 전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라이프니츠가 꿈꿨던 기호 조합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여기서 실현된 셈입니다.
미분과 이진법이 AI에서 만나는 방식
AI에서 이진법과 미분은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진법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기반입니다. 이미지든 텍스트든 모든 입력 데이터는 결국 0과 1의 조합으로 컴퓨터 안에 저장됩니다.
미분은 그 데이터를 이용해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쓰입니다. 입력값을 조금 바꿨을 때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dy/dx로 계산하고, 그 방향으로 가중치를 조정합니다. 이진법이 데이터의 언어라면 미분은 학습의 언어입니다. 둘이 함께 작동해야 AI가 돌아갑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만든 사람이 라이프니츠라는 게 여전히 놀랍습니다. 그것도 컴퓨터가 존재하기 수백 년 전에요.

라이프니츠의 생각이 현재에 살아있는 방식
이 연재를 통해 라이프니츠가 만든 것들을 하나씩 따라왔습니다. 미분 기호, 보편 특성론, 연쇄법칙, 그리고 이진법까지. 겉으로 보면 전혀 다른 분야 같지만 전부 같은 생각에서 나왔습니다. 세상을 가장 단순한 단위로 쪼개고 그 조합으로 복잡한 것을 만들어낸다는 발상입니다.
dx와 dy는 변화를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갠 것입니다. 이진법의 0과 1은 정보를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갠 것입니다. 보편 특성론은 개념을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개려 한 시도였습니다. 라이프니츠에게 이건 전부 하나의 철학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 AI, 인터넷은 전부 이 철학 위에서 돌아갑니다. 300년 전 한 철학자의 생각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작동하고 있다는 게 미분을 공부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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